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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제대로 알고 먹기 | 식후 30분 꼭 지켜야 할까?

by 가십걸 2021. 1.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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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제대로 알고 먹기: 식후 30분 꼭 지켜야 할까? 

 

왜 약사들은 하루 3번, 식후 30분에 약을 먹으라고 할까?

 

약을 식후 30분에 먹으라는 말을 처음 접한 건 아마 엄청 어릴 적 일이다. 그래서인지 이 말은 틀릴 수도 있단 것을 학교서 배운 뒤에도 그다지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아직도 왠지 영양제 한 알이라도 빈속에 먹으면 안될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다. 

 

그러나 약은 종류에 따라 빈속에 먹어야 더 좋은 약도 있고, 기름진 음식과 먹어야 더 좋은 약도 있다. 그런데 왜 하필 '식후 30분'이었을까? 예전에 찾아봤던 내용으로 몇 자 적어본다. 

 

북미에서 카운슬링을 할 때 가장 자주 받는 질문 중 하나가 '이 약을 음식과 함께 복용해도 되는지'이다. 그런걸 보면 이곳에 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음식과 약의 상호작용에 대해 어느 정도 인지를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인지를 하고 있어도 이 부분에 대해 제대로 알지 않으면 약의 최대 효과를 얻지 못할 수도 있다. 그렇기에 음식이 약의 흡수에 영향을 끼치는 경우 꼭 꼼꼼히 지도해주어야 한다. 

 

음식과의 상호작용을 제대로 가르쳐주는 것은 생각보다 꽤 중요하다. 약의 효과가 예상대로 나타나지 않을 때, 복용 방법에서 문제를 찾지 못하고, 바로 약의 강도를 높인다던지 약을 바꾸는 경우가 흔하다. 그러나 약의 강도를 높이면 효과가 높아질 수 있는 대신 부작용이 늘어날 위험이 커지고, 약을 바꾸게 되면 그 약에 다시 적응을 해야함으로 겪는 불편함들이 생긴다. 복용 시간에 조금 변화를 준다고 큰 변화를 바로 느끼지는 못할 수 있지만, 일단 있는 것의 최대치를 끌어올린 후에 Plan B를 추진하는 것이 더 안전할 때가 많다. 그래서 응급상황이 아니라면 최대한 그렇게 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약사가 적극적으로 환자의 care plan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는 생각보다 많다. 두 개 이상의 약을 복용하는 환자의 경우, 귀찮으니 모든 약을 그냥 한번에 먹는 경우가 태반이기 때문이다.

 

예로, 약국에서 일할 때 마비렛(Mavyret)이라는 간염 약을 복용하는 환자가 위산분비억제제인 라베프라졸(rabeprazole)을 처방받아 온 적이 있었다. 라베프라졸을 처음 복용하는 환자였기에 카운슬링을 하게 되었는데, 환자가 나에게 처음으로 한 질문이 간염 약과 함께 먹어도 되냐는 거였다. 

 

마비렛은 음식물과 함께 복용해야 흡수가 더 잘되는 약인데, 환자는 이 약을 잘 시간에 간단한 스낵과 복용하고 있었다. 마비렛과 라베프라졸 사이 주의해야 할 약물간의 상호작용은 딱히 없지만, 나는 할 수 있으면 따로 복용하는 것을 권장했다. 라베프라졸의 약물군인 PPI(프로톤펌프저해제)는 마비렛과 반대로 빈속에 먹는 것이 더 좋기 때문이다. 이 약물군의 경우 의사가 특정 시간에 복용하라고 지도하지 않은 경우라면 보통 아침에 일어나 빈속에 먹으라고 말한다. 

 

그래서 처음으로 돌아가 한국에서 약사들이 '식후 30분'이라는 말을 자주 하는 것은 약을 꾸준히 복용하게 하기 위함이 크다는 것을 여러가지 매체를 통해 알게되었다. 또 반드시 식전이나 식중/식후에 먹어야하는 약들을 제외하면, 식사가 약 효과에 별다른 차이를 만들지 않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말인 것 같다. 

 

올바른 복용 방법을 알아도 복용 자체를 하지 않으면 이 모든 것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어떻게보면 우선 순위에 대한 견해 차이로도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러나 환자 건강에 최선을 둔다면 무엇하나 놓치지 않고 지도해주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식후 30분'은 바쁜 약국의 산물이라고도 생각한다. 약사들이 환자 한명 한명에게 복약지도를 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전반적인 시스템이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현재 복용하는 약에 대해 충분한 복약상담을 받지 못했다고 느낀다면, '음식과 함께 복용해도 되는지'와 같은 간단한 질문을 시작으로 약사와 소통하기를 권한다. 적극적인 환자에게 약사도 더 적극적인 태도로 대할 확률이 높다. 건강 문제에 있어선 모두가 적극적으로 소통하려는 태도를 가지고 있어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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